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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2. 20. 20:07
아름다운 노년, 노년의 지혜와 너그러움, 황혼의 미학...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들에게 하는 말일까? 폭풍우속을 뚫고 나온 듯한 중년기를 지내고, 노년기의 쓸쓸함과 황량함과 신산함을 지낸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하는 사람들의 말인가?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삶을 고요하고 평화로이 마무리 하려는 복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나는 노년기를 이렇게 즐기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한 사람이, 아직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이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초라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팁이라고 해주는 말일까?
아무리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노년기는 결코 아름다운 것만이라고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요양원에 가볼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요양원의 기억하며 보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노년기에 대한 몇 개 안되는 아름다운 수식어들이 초라하게 보여지지 않는가?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노년기에서마저 배제되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어떤 것이 문제가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해햐 할 일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고 매서운 눈으로 보는 것이듯, 노년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가 더 필요할 것이다. 노년기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입에 발린 위로와 격려는 오히려 그들을 더 초라하게 만들고, 삶으로부터 소외되게 만든다. 아름다운 수식어로 현실을 치장하고 자기 할 바를 다했다고 하며 슬쩍 자리를 빼는 비겁함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어감과 더불어 갈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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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에 대하여>, 장 아메리/김희상, 돌베게, 2021
* "늙음과 죽음은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일 뿐이다. 그럼에도 오롯하게 사실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게 늙음과 죽음이다." (67)
* 늙음과 죽음은 다른 사람들이나 맞이하는 사건이라며 자신은 전혀 늙지도 죽지도 않을 거라 힘두어 말한다. 곁에 있는 사람이 늙어 죽어가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 예전처럼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는 경우는 결코 없다. 오늘 우리는 어제보다 덜 건강해졌으며, 내일의 건강 상태보다는 한 자락 더 낫다. (68)
* 늙음은 불치의 병이다. 이것은 우리 몸을 바라보는 익숙함과 낯섦을 포괄한다. 가벼운 병이든 무거운 병이든 당사자의 마음은 심란하고 비참하기만 하다. '기분이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건강이 좋은 게 아니다. 좋든 나쁘든 '느낌'을 갖는다는 말은 그 자체가 별로 신뢰성 있지 않다. 건강한 사람은 세상의 일과 사건에 충실할 따름이다. (69)
*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거울을 피하고 싶어 한다. 몸은 인간이 지닌 가장 지극한 진정성이다. 생명의 권리를 담보하는 것은 언제나 몸이기 때문이다.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