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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병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12. 14. 22:50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좋을까?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다. 자기가 산 로또의 1등 번호를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가 어느 회사에 입사 원서를 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자기가 입사 시험에 떨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시험공부를 할 사람이 있을까? 미래에 대해서 아는 것이 1회에 걸쳐 일어난다면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그런데, 모든 것들에 대해 다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입사시험에 떨어질 것을 안다. 그래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 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자기가 어느 날 해고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직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것이 끝없이 반복된다. 그러면 이것이 미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미래에 대해 아는 것이라는 표현 대신에, 살면서 일어나야 할 것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쉬운 표현이 아닐까? 입사 시험에 떨어진 것이니까 떨어진 것이고, 새로운 직장에서 스카웃 해 갔기 때문에 스카웃 해 간 것이고, 해고 당했으니 해고 당한 것이고 등등. 그래서 매순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는 것과 미래에 대해 아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거지?
이런 상상은 그냥 재미로 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해 알기 때문에 극도로 혼란에 빠질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전문의를 통해서 자기 태내에 있는 아기의 상태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좋지 않게 될 가능성(확률)이라고 말했지만, 듣는 임산부의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태어날 아기의 미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가능성이라는 것을 알면서 좋지 않은 소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인가 선택해야 할 입장에 선 임산부가 어느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참된 앎이 아니다. 그것이 과학적인 바탕에서 하는 말이고 확률이 99%라고 해도 그렇다. 과학의 이름으로 우리를 혼란속에 빠지게 하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비일비재 할 것같다. "아는 것이 병"이라는데, 위와 같은 경우라면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차라리 모르고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