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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인가 희망인가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10. 6. 22:13
몇년 전 외국의 한 시각장애인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인간이 꿈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게 왜 중요한지 새삼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인간 승리의 한편에는 등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 욕심을 부린다고 그에게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주위 사람들의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등정은 그가 가졌더 희망의 결과인가 아니면 욕심의 산물인가. 쿠테타나 혁명의 차이가 그런 것처럼 '희망'과 '욕심'도 다분히 결과지향적인 개념을 내포하는 단어다. '희망'의 사전적인 의미은 "어떤 일을 이루거자 또 그걸 얻고자 바라는 것"이다. '욕심'이란 "분수에 지나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사전적으로는 이렇듯 명확하게 뜻을 구별할 수 있는데,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단순하고 소박한 나만의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다른 사람은 왜 욕심이라고 수군거리는 것일까?... 20대의 한 젊은이는 희망과 욕심에 관해 이런 갈등을 토로한다. "욕심과 희망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피해가 가면 욕심이고 누구에게 피해가 안되면 희망인가. 그냥 생각해볼 때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욕심이라면 불행해졌을 때 가져야 할 게 희망일 것이다. 잠시 욕심을 버린다 생각하고 희망을 버린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욕심이 아니라 그냥 정당한 내 삶의 희망인 것 같았다."... 가끔 욕심으로 휩쓸려간 희망사항은 없는지 혹은 욕심이라고 생각해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희망사항은 없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그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다. (<사람 vs 사람>, 정혜신, 개마고원, 2005, 168-170)
☞ 욕심(욕망)과 희망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전에는 알 것 같은데, 그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거나 두 가지 것을 구별해보려고 하면 아리송해진다. 커서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욕심을 버려라고 말해야 하는가, 멋진 희망을 가졌다고 말하면서 그 희망을 이루려고 노력해라고 격려해야 하는가. 중병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과 그의 가족에게 삶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말해야 하는가,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 대한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말해야 하는가. 도대체 어떤 것을 욕심이라고 해야하고 희망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어떤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다가 욕심이라고 생각하여 버려야 하고, 희망이라고 생각하면서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하느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 욕심인가 희망인가. 엄위하신 영원한 빛속에 계신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욕심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한없는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인 예수님처럼 살기를 바라는 것을 희망하라고 말하는데, 이런 경우에 욕심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욕심이 현세와 관련된 것이고 희망은 내세와 관련된 것이라 하여,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을 살펴보면 그게 말같지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현세적인 것에 대한 것을 욕심이라고 하면서 덧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세에 주어질 상급을 담보로 현실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욕심과 희망에 관한 생각이 얽히고설킨 것을 보면서 근원이 같은 이란성 쌍둥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그 근원에 무엇이 있었고, 어떻게 하여 이렇게 분리되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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