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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꿈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10. 7. 11:32
어제 밤 늦게 귀원했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광주-양양 항공편을 이용하여 점심 전후에 귀원하는 일정이었는데 어긋났던 것이다. 어제 오전 집에서 기다리나 공항에서 기다리나 똑같다고 생각하여 일찍 공항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고 시끄럽지만 혼자있기 좋은 곳이 공항이기 때문이었다. 대합실에 있는 전광판을 가끔 보면서 묵주기도를 하고 가져온 책을 읽고 있었다. 안내방송에 '양양'이라는 소리가 들려 전광판을 보았더니, '수속중지'라는 메세지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결항'이라는 메세지도. 카운터에서 들은 이야기는 양양공항의 안개때문에 운행할 수가 없다는 것. 실망하고 낙담하고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ktx와 고속버스 중에서 어느 것으로 가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는 택시안에서 전날 밤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꿈자리가 사납지는 않았지만 단편적인 기억만 가득한 복잡한 꿈이었다.
꿈에서 보고 들었던 내용이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나의 정신은 몇 시간 앞에 일어날 일에 대해 알고 있을까. 이와 비슷한 일이 요새는 비교적 많이 일어난다. 꿈자리가 사나운 다음 날에는 예상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정신과 현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일 정신이 몸을 기반으로 하는 현실을 앞서간다면, 혹은 미래와 과거를 자유롭게 오간다면, 정신은 자기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는 것 뿐 아니라 앞으로 자기에게 일어날 일 또한 예측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현실에서 일어난 일의 모든 세부적인 것까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뭉실하게 상징을 통해 예측하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먼 과거의 어떤 사람이 자기 앞에 일어날 어떤 일에 대해 말을 했고, 이것이 그대로 '지금이곳'에서 그대로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과거에 예측했던 그 사람은 죽었을 것(사람이기 때문에)이고, 그가 예측한 말이 기록되어 있다면(예측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하지 않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쓰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밖에 보일 수 없을 것이다), 후대의 사람들은 이것을 그 사람의 예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예언이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금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거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과거에 한 말이기 때문에 상징으로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 상징은 현실과 더불어 해석되는데, 이 해석과정에서 여러가지 관점은 필연적이다. 더불어 모든 예언의 말이 현재와 관련되어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그 많고 많은 예언중에 어떤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