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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비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8. 31. 21:35
사람들은 압니다. 알량한 자존심기키려고, 자기 얼굴 내세우려고,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별것도 없는 자기 뜻 관철시키려고 얼굴이 일그러지고, 몸이 경직되며 마음 또한 석고처럼 된다는 것을. 자기 자신이 이렇게 볼상스럽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남남이 되어 돌아섭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마음의 응어리가 있어, 상대방을 향해 화살을 쏘고, 그만해도 될 자기 변명과 변호를 하고 있습니다. 씁쓸합니다. 치킨게임하듯이 살고 있는 것을 볼 때 서글프기도 합니다.
거친 마음은 거친 생활과 함께 합니다. 거칠게 살았고 일했기 때문에 거친 마음이 됩니다. 거칠어진 마음, 거칠어진 생활을 마무리하는 이 시간 가을밤비와 함께 합니다. 똑같은 빗소리지만, 계절따라 다른 소리로 들립니다. 봄비는 몸과 마음을 살살 간지르는 듯, 여름비는 죽비로 후려치는 듯, 가을비는 겪을 것 겪을 만큼 겪은 어르신들이 구시렁거리는 것처럼 들립니다. 거칠어진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는 봄비가 아니지만, 가을밤 비소리를 들으며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잖아?'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