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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산길 걷기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6. 30. 20:30
산길을 걷습니다. 여름에는 가끔 맨발로 걷습니다. 신발을 신고 걸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돌뿌리에 발가락이 채이면 엄청나게 아픕니다.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빨리 걸을 수도 없습니다. 발바닥이 너무 아파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많습니다. 크고 작은 날카로운 자갈 때문입니다. 신발을 신고 성큼성큼 걸을 때는 해찰을 해도 괜찮습니다. 먼 산을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도 괜찮습니다. 맨발로 걸을 때는 한두 걸음 앞만 보고 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칩니다. 사는 것과 같습니다. 재빠르게 결정하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야 할 때가 있고, 자기가 처해있는 상황과 주변상황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기 생각과 의지와 관계없이 내몰리는 때가 있고,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빠름과 느림, 신속함과 신중함, 거칠것 없이 나아감과 현상태를 고수함 등. 이 두가지 흐름이 적절히 조화되게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것을 배워가는 것이 삶입니다.
맨발로 산길을 걷습니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정신이 깨어납니다. 영혼이 자극을 받습니다. 살아있음을 몸으로 느낍니다. 대지의 기운을 느끼고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나를 위해 수천만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대지와 하나되는 시간입니다. 섬아닌 섬에 살고 있지만 맨발로 딛고 있는 대지를 통해 대륙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하나됨과 통일된 조국.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청원하며, 구호를 외치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근원적이고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은 우리가 모두 같은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사실을 뼈속깊이 새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