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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말 씀/생명의 말씀 2021. 6. 24. 22:23
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쓸데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 버렸다.”(이사 49,4)
***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자기가 하고 있었던 일이 허무하고 허망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힘을 다 써버렸던 잃어버린 시간이 아닙니다. 허공에 있는 계단처럼 보이는 그 허무함과 허망함을 딛고 새로운 길을 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허무함과 허망함이 오히려 자신을 날카로운 화살촉이 될 수 있게 벼리는 시간으로 되는 것입니다.
“나는 그분이 아닙니다.”(사도 13,25)
*** 자기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과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니고 누가 아닌지를 안다는 것은 같은 말입니다. 산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말입니다. 왜냐면 젊었을 때는 자기가 바라는 사람, 자기의 꿈과 야망을 이루어가며면서 자기를 알아갑니다. 그렇지만 살았던 시간에 비해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알아차리고 자기가 무엇이나 될 것처럼 안달하는 헛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루카 1,64)
*** 즈카르야의 혀가 풀린 것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강요된 침묵의 시간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말들을 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입밖으로 나올 수 없었을 뿐입니다. 하느님에 관한 말 외에는 참된 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길고긴 침묵과 수없이 많은 내적말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을 배워, 하느님과 말씀을 나누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고통스런 시련과 어둠의 시간을 거너야 합니다.'말 씀 > 생명의 말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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