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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이 손을 뻗쳐 칼을 잡자말 씀/강 론 2021. 6. 21. 10:27
오늘 미사독서에 나오는 아브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브라함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아브라함이 손을 뻗쳐 칼을 잡고 자기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창세 22,10)
아브라함이 아들 이사악을 칼로 죽이려 합니다. 인간적으로 늙그막에 얻은 아들 이사악입니다. 자기 분신과 같은 아들입니다. 그 이사악을 보면서 자기 미래와 가족과 민족에 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약속했지만 이루어진 일을 볼 수 없었던 그 약속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이사악이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그 일, 그것이 어떤 일이 되었건, 그 일을 해주어야 할 이사악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사악은 자기분신 이상이었을 테고, 아브라함 자신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자기 마음 깊은 곳에 항상 자리잡고 있었던 또 다른 자기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향해 칼을 뽑은 것은 하느님 말씀을 실행하기 위해 이사악을 향한 것이었음과 더불어 자기 마음속에 있었던 또 다른 자아를 향해 칼을 뽑아든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이 세상의 창조주이시고 생명의 원천이시고,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고 축복을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이런 아브라함의 행동을 제지하십니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말라. 네가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나를 위하여 아끼지 않았으니,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내가 알았다"(12절)'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말씀으로 우리는 혼란에 빠집니다. "뭐야?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려고 그러신 것이었어?" 예, 맞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려 하셨던 것입니다. 무엇을 위한 시험이었을까요?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경외하고 하느님을 믿는 것이 진실로 하느님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에게 주어진 현세의 축복과 안위와 번영과 영광때문이었는지 알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 자신이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무엇때문이었느지, 스스로 알아차리기를 바라셨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시험하신 것은, 우리 각개인이 생활속에서 인간을 선택할 것이냐, 하느님을 향해서 발길을 향할 것이냐에 대한 것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유딧기에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조상들을 시험하셨듯이 지금 우리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어떻게 하셨는지, 이사악을 어떻게 시험하셨는지, 그리고 야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의 충성심을 단련하시기 위하여 불과 같은 시련을 그들에게 주셨지만, 우리는 그와 같이 처벌받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주님께서는 당신께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깨우쳐 주시기 위하여 채찍으로 가르쳐 주실 뿐입니다.(유딧 8,25-27)
이사악을 바친 아브라함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관점에서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인간이 하느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깊이깊이 성찰할 수 있는 우리를 칼로 찌르는 말씀이 아주 많은 이야기입니다. 이것을 다 풀어내고 밝히기 위해서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