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13절);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17절).
예수님의 마지막 권고 말씀, 유언이다. 두 인격체가 어떻게 하나로 되는가. 두 분의 하나됨은 두 분의 관계와 두 분이 나누셨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온전히 내어줌과 받아들임이며 자기가 있지만 자기를 주장하지 않음이다. 떠나왔음과 되돌아감도 똑같다. 온전히 떠난 사람만이 그곳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발 아래 깊고 깊은 어둠만 있는 곳, 허공처럼 보이는 곳으로 몸을 던짐이 메마른 땅에 물이 스며드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울 때,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거룩하게 산다는 것의 일차적 의미는 따로 떨어짐이나, 이것만으로 거룩하다고 할 수 없다. 떨어져 있고 분리되어 있으나, 떨어져 나온 곳에 온전히 속해 있는 것이다.
신앙의 언어는 다중적이다. 이것을 말하면서 저것을 말하고, 여기를 말하면서 저기를 말한다. ‘너와 나’의 만남에서 언어를 사용하지만, 항상 언어의 부족과 한계를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체험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체험의 주관성에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다시 깊고 깊은 심연을 건너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