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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4. 13. 23:44
뒷모습. 뒷모습이 강하게 기억되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면박을 당하고 풀이 죽어 내리막 길을 힘겹게 걸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낯선 곳 정원의 가로등 아래를 지나 어둠으로 사라져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겨울과 봄이 섞여 있는 쌀쌀한 계절에 오들오들 떨며 보일듯 말듯 절뚝거리며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물속에 비친 한 사나이가 밉고 싫어 되돌가면서 보여준 한 남자의 뒷모습도 있습니다.
그 사람과 관련된 다른 기억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뒷모습과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면 측은함과 서글픔으로 다른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측은함은 그 사람에 대한 것일테고, 서글픔은 그런 사람을 보고 있는 사람의 느낌으로 나누어 지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는 것이어서 그 무게를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 뛰어들어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채 방황하고 방랑하다, 아무도 모를 영원한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는 사람 또한 그의 뒷모습을 남기고 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만났다 헤어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수로운 것이 아니겠지만, 어떤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그것 때문에 다른 뒷모습을 기억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뒷모습과 관련된 어떤 책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뒷모습 사진에 대한 성찰과 사색과 묵상글이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뒷모습'과 관련된 조각글을 많이 포스팅했네요. 뒷모습에 대한 이야기의 핵심은 뒷모습이야말로 꾸밈없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뒷모습이 우리에게 연민을 일어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습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참회록>, 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