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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2. 13. 10:40
가까운 곳에 있는 본당에 가끔 미사 봉헌하러 갑니다. 읍내에 있는 작은 성당이어서 외지에서 오신 분들을 금방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가는 미사지만요. 엊그제 미사 후에 외지에서 오신 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유명 대학교에서 피아노 교수로 재직하셨고,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셨다고, 옆에 있는 분이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분이 이제는 피아노보다 문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씀과 더불어서.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저도 이해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분들, 그것이 일반 노동이든 전문 분야든 가릴 것 없이, 이분들은 자기 나름의 어떤 세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작은 세상이든 큰 세상이든. 그리고 자기가 구축한 이 세상에서 다른 세상을 보면서, 자기의 세상과 다른 세상이 어떤 관련을 맺고 있고 이 두 세계가 쉽게 연결될 수 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천재라고 하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자기만의 이 세계가 있었던 사람들이고, 그곳 자기만의 세상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세상과의 관련성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은 거의 죽을 무렵에 자기만의 조그만 세상을 만드는 것 같고요.
평범한 사람보다 더 못한 경우도 있을까요? 있으리라 봅니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어렸을 때와 똑같이 육적인 생명 유지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은 육적인 생명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사람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