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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보다 못한생활글/생활 속에서 2021. 2. 14. 21:34
형체를 지니고 있는 것은 소멸한다. 형체가 변화된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명체에 대해서는 죽음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죽음으로써 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으로 변화되는 것인지 누가 알겠는가? 창조되기 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수 없듯이, 소멸된 뒤에도 어떤 상황일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형체를 지니고 있을 때 뿐이다. 그것 마저도 극히 부분적인 것에 대한 앎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비하면, 모르고 있는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학적인 지식은 말 할 것도 없고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고 영적인 것에 대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라. 지구와 달 사이에 아무 것도 없으며, 빛의 속도로 몇 년을 달려도 아무것도 없는 이 광대한 우주의 한 점을 차지하고 있을 뿐인 지구 한쪽 귀퉁이에서, 한 점 먼지가 되어 무엇 때문에 나타났는지도 모른채 살고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도 모르는 채 살고 있음을. 현기증으로 쓰러지지 않은 채 살고 있는게 이상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