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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12. 5. 21:39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있다. "(아이를)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라는 책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사람보다 아름답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와 버금가는아름다움이 없을까요? 많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것들입니다.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아름다움과 버금가거나, 어쩌면 사람의 아름다움을 능가합니다. 새벽 놀의 황금 햇살, 서늘한 나무 그늘에서 듣는 벌레소리, 가을 바다의 갈대 숲, 낮처럼 밝은 보름달과 반짝이는 바다와 파도 소리... 이런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무념무상의 관상의 상태입니다. 영이 하늘을 향해서 올라가는 것을 느끼고, 자기 몸이 솜털처럼 가볍게 여겨집니다.
사람에게도 이런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고사리 손같은 애기의 손, 엄마의 숨결과 품, 연인의 든든한 어깨와 머리에서 나는 약한 향수, 빠진 잇빨 사이로 입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웃는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 아름다움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아는 사람의 전부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과 연민은 없어지고 미움밖에 남아 있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가 이런 사람들이 기억날 때마다 자신이 초라해 집니다. 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으로 인한 미움으로 숨을 쉴 수 없을 때 그나마 숨을 쉬게 해 주는 시간이려니 생각하며 지냅니다. 아름다운 저녁 노을 만큼이나 진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우리의 삶입니다. 뭉크의 "절규"를 기억하며 살 수 있는 것, 하느님의 도움없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름다움과 추함과 공포와 미움이 혼재되어 있는 삶. 그래서 신비롭고 거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