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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10. 2. 20:57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관심 있는 만큼 보이기도 합니다. 산책할 때마다 저런 꽃이 있었나 싶게 많은 꽃을 만나게 됩니다. 거의 매일 걷는 길임에도 그렇습니다. 봄에 꽃이 많이 핀다고 하는데, 가을에도 봄처럼 꽃이 많이 핍니다. 철 따라 피는 꽃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 순서를 누가 정하는지 궁금합니다. 꽃이 피기 전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던 풀에 불과한데, 꽃이 피면 눈길이 갑니다. 대부분 아주 작은 꽃들입니다. 쌀 한 톨 크기의 꽃들도 많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끌기 위해 꽃송이를 크게 개량한 꽃에 익숙해져 있기에 초라하게 보입니다만 가만히 보면 정교한 모양과 색깔의 조화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작지만 화려하고 저마다의 향기도 지니고 있습니다. 작은 꽃들은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꽃들이 모여 피기도 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피고 집니다. 사람은 몰라주어도 산새와 들짐승과 바람과 구름과 함께 피고 집니다. 자기를 드러내고 알리고 포장하여 내놓아야만 살 수 있는 때에, 야생화처럼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길가에 풀들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꽃을 찾아 눈인사를 하고 유심히 바라보고 향기를 맡고 내가 있음을 알려주고 다시 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