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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요 오후반기도.영성/다네이 글방 2020. 8. 6. 09:54
화요 오후 다네이 글방.
지리한 장마 속에 이백 년 전 열하 여행으로 피서 중입니다. 새 식구 한분을 요동 들판에서 만나 함께 가고 있습니다. 비대면 모임이라 얼굴 보면서 말하면서 느끼면서 오는 입체적 이해가 빠져 밋밋하지만 어쩌겠어요. 한밤중에 세찬 강물을 목숨 내놓고 건너던 연암을 생각하면 이 정도 어려움이야 극복해야겠지요. 황제의 명보다 위에 있는 천주의 명으로 모였는 데 허허벌판에서 흩어지면 늑대와 뱀과 밤의 추위를 어찌 견디리오.
* 망양록(음악론)부터 느낌 요약 전합니다.
- 수나라 하타는 황제 “문제”에게 黃鐘이란 음은 임금의 덕을 형상하는 음이라고 아부하여 황제는 그 말에 기뻐하며 음악에 황종의 한 궁 음만 쓰게 하고 다른 음률은 쓰지 못하게 하였고 더 나아가 전대에 내려온 금석 악기들을 모두 헐어버리거나 녹여버렸다 합니다. 하지만 예악이 올바르게 서 있었던 주나라나 한나라 때에는 공자의 시경에서의 禮樂의 철학이 드러나는 시기이었습니다. 음악의 본질은 “시”에 의지하고 음악의 효용은 “예”에 깃들어 있다는 글에서 현대의 음악도 과연 얼마나 한 사회의 禮 仁 義를 반영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 곡정필담의 느낌 요약합니다
- 6월 24일에 떠나 8월 1일 북경에 도착했건만 열하로 황제의 만수절 행사에 참여하라는 명을 받고 무박 4일의 천신만고 여정 끝에 8월 9일 열하에 도착합니다. 이곳의 태학관에 머무는 동안 연암이 공식 일정이 없는 시간에 주로 곡정 왕민호와 하루 무려 16시간 동안 주고받은 필담 내용입니다. 분야가 방대하여 현대의 우리 신앙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글만 골라 요약합니다.
- 402 종교적 은유로 볼 수 있는 표현~
만물(나) 그 자체는 밝음이 없고 어두운 성질. 거울도 그 자체가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고
햇빛(주님)을 빌린 뒤라야 빛을 발하여 반사 밝음이 생겨나는 것이다.- 424 선비를 믿지 말자~
보리가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책만 읽는 선비. (우리도 일상의 할 일도 잘해야겠지요)- 446,463 천하의 일과 천명~
천하의 일이란 매양 강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단지 건너가느냐 못 건너가느냐의 투쟁일 뿐.
(지식과 지혜와 어짐이 있어도 용기가 없으면 '그림 속의 떡'). 천명이 편을 든 게 아니고 운명이요 때요 운세라고 하네요.- 464 財成輔相과 天工人代는
세상의 교화라는 면에서는 이치에 순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하늘의 뜻에서 본다면 도리어 흠이 되고
거역한다고 말할 수 있음. (우리도 봉사할 때 내 뜻이 아니고 늘 주님의 뜻을 헤아려야겠지요)- 465 나라 흥망 시의 현상~
성실과 기만이 난무하고 귀신의 조화마저도 거짓과 진실이 번갈아 섞임. (요사이 가짜 뉴스와 교묘한 가짜 주장들)
하늘이 나라를 줄 때는 몰래 붙들고 보호해 주어 마치 간절하고 은혜로운 뜻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천하를 빼앗을 때는 잔인하고 참혹하게 하기를 마치 철천지 원수를 갚듯이 함. (그동안 정권 바뀔 때 보면 이런 것 같아요)- 475 주역의 천하론~
주역에서 천하를 천하에 간직한다는 것으로, 꼭 내 것이라 우기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다.
(이런 아량과 포용의 정치가 있으면 좋겠네)- 478 재상 처신의 어려움~
재상의 자리란 것이 윗사람에게 신임을 받으면, 아랫사람에게는 인심을 잃게 되고, 백성에게 잘 보이면 군주에게 시기를 받게 됨. (직장이나 나라나 2인자의 자리는 늘 이렇죠)- 연암이 깨우친 道는 우리 신앙의 길
505,506 무박 나흘 장마시기에 아홉 개의 물 부른 강을 건너며 道를 생각한다. 낮에는 넘실거리는 센 물살이 눈에 보이고
밤에는 으르렁 포효소리 같은 물살이 귀로 들리니 두려움을 이기기 힘들다. 귀와 눈을 믿는 사람일수록 보고 듣는 것을
더 상세하게 살피게 되니 더욱 병폐를 생산함. 곧 '마음에 잡된 생각을 끊은 사람, 즉 마음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육신의 눈과 귀에 탈이 나지 않아 근심 없이 상황에 자신을 맡겨 올바로 보고 듣게 되어' 正道를 가게 된다는 지당 하나 실천이 안 되는 말씀. (우리 글방 회원님들은 그동안 읽은 영적독서와 묵상으로 충분히 해 내실 수 있겠지요). 이 正道로 한국이 화목과 질서의 사회로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344의 시장의 화목: 시장에서 적정 가격으로 물건이 교환되어 서로 만족하는 사회.
(현대 상품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사기 거품이 많은지가 생각났습니다)- 344 우물의 질서: 뒤에 온 사람이 먼저 온 사람 원망하지 않고 차례를 기다리다 자기 몫을 채우고 가는 사회.
(젊은이들이 나이 든 세대 원망하고 나이든 세대는 젊은이 이해 못하는 한국사회와 정권 교체 기다리지 못해 허구헌 날 비난 원망만 하는 정치인들이나 댓글쟁이들이 생각났습니다)- 피서산장 장소에 매우 호기심을 갖게 했다. 독서로 '열하'에 당도하기 또한 큰 인내가 필요했다. 애를 쓰며 2권을 마치니 주님께 감사드리게 되었다. 연암의 여행에서 전혀 다른 세계가 길 위에서 예기치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나의 독서의 길에서도 배워가고 깨어지고 부서져야 하는 나 자신을 보며 그 시대의 연암의 넓고 깊은 학문과 후세에 전하려는 열정에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게까지 그 지혜가 전달되니 큰 기쁨이다.
* 열하일기는 속기로 쓴 게 아니고 이 담초를 자료로 삼아 완전히 편술을 마치기까지는 거의 8~9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우리의 글쓰기는 얼마나 정성과 시간을 할애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ㅎ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