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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떤 부부는 일상생활에서 누구보다도 정상적으로 '너'를 사용하는데 비해 서로 상대방에 대해 화가 났다든가 부부싸움을 할 때만 꼭 '당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두 사람 사이에서 서리는 냉랭한 공기를 표현하는 것이지만 특히 그들은 서로간에 일정한 거리와 예의규범이 생겨나게 함으로써 일체의 상스러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방법에는 우아한 면이 없지 않다. 매우 예의바른 표현들로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다고 해서 그 신랄한 맛이 더하면 더했지 경감되는 것은 아니고 보면 더욱 우아해 보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예찬>, 미셸 투르니에/김화영, 현대문학, 2014, 382)
☞ 국가와 국가 혹은 집단과 집단이 무력으로 싸우는 전쟁에서 지켜야 하는 법칙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게 되는 다툼에서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은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툼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생긴 긴장과 갈등이 폭발되어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특히 누적된 감정이 폭발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전쟁의 축소판인 다툼에서 예의와 규범이 사라져 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사소한 다툼이 상대방과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되어버립니다. 암튼, 생활속에서 경험하는 것은 다툼의 예의와 규범이 아니라, 다투고 나서 뒷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툼 후의 뒷수습을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서 그의 사람됨과 성숙도를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너'와 '당신'. '너'는 친밀한 관계, '당신'은 예의를 갖추어야 할 때 사용하는 2인칭 대명사입니다. 주로 서양 언어에서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