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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은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진다. 한편으로는 하늘에 큰 요동과 변화가 일어나는 봄과 가을 같은 과도기적 계절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불안할 만큼 요지부동으로 고정되어 있는 여름과 겨울처럼 불변의 계절이 있다. 가을과 더불어 음울한 시절이 시작되면서 밤은 길어지고 태양은 빛을 잃고 창백해지며 여름 동안 줄곧 신비스럽게 숲으로만 이동해갔던 울새들이 정원에 다시 나타난다. (<예찬>, 미셸 투르니에/김화영, 현대문학, 2014, 289)
☞ 사계절이 있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일년내내 같은 계절이라면 얼마나 밋밋하겠습니까. 봄의 설렘과 여름의 열정, 가을의 떠돎과 겨울의 침묵이 있습니다. 봄의 나른함과 여름의 끈적거림이 있고 가을의 스산함과 겨울의 혹한이 있습니다. 여름철 더워 죽겠다고 말하지만, 그 말속에 벌써 가을이 들어와 있습니다. 추워 죽겠다고 말하지만, 그 추위를 봄이 밀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와 오가는 계절을 보며 사람들은 변화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성공과 영화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쓰라린 실패와 좌절과 낙담 또한 그 끝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삶과 자신에 대해 초연한 자세를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