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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발굴작업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5. 29. 22:39
수도원 뒷산에서 6.25 전쟁 때 죽은 군인들의 시신을 찾는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 작업이 2000년도 부터 시작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전쟁 때 죽었지만 아직까지 유해를 찾지 못한 군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곳 수도원 뒷산이 격전지였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참호였을 것이라 추정하는 지역을 골라 유해나 소지품이 있는지 땅을 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병사들이 작업하는 곳에 들러 어떤 것들이 나왔나 물어보곤 하지만 유해가 나오지도 않았고, 의미있는 유품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쟁이 일어난지 7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유해발굴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에 유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썩어버렸을 시간입니다. 늦어도 너무 늦은 유해 발굴 작업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해를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돌아가신 분들에게 최소한의 예를 표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군인들이 작업하는 것을 옆에서서 지켜 보았습니다. 70년 전의 총성이 들린 듯 했고 전쟁 병사들의 두려움과 공포가 조금 느껴졌습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연두색 나뭇잎으로 눈이 시원했을 것이고, 들꽃이 피었을 것이며 뻐꾸기와 산새들이 울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