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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리브리/시가 내게로 왔다 2020. 4. 23. 22:31
4월 23일, 목요일
와 락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 정끝별 -
☞ 블랙홀이 있습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입니다.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별까지 빨아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까지 빨아들여 빠져 나올 수 없습니다.
삶 속의 블랙홀도 있습니다.
주변의 물을 다 빨아들이는 물먹는 하마,
아무리 물을 부어도 차지 않는 밑빠진 항아리,
있는 돈 없는 돈 다 쏟아부어야 하는 과이공부,
세상의 모든 돈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사람의 욕심,
사랑의 힘을 다 뺏어가는 마음속 미움,
반 평도 안되는 몸을 끌어안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
받아들이고 빨아들이고 빨려들어간 것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지 누가 알겠습니까?
웜홀이 아니라면 출구없는 블랙홀은 죽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