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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덕분에기도.영성/다네이 글방 2020. 4. 22. 21:03
4월 22일, 수요일
잘들 계시죠? 코로나의 공격을 잘 피하셨고 잘 방어하고 계시죠? 사순절을 코로나에게 봉헌하는가 싶었는데, 부활절을 빼앗기고, 연두 빛의 새싹과 나뭇잎마저 빼앗기려 하는 모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고통과 희생을 치러야 했던 것도 많고 앞으로도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덕분에 평소에는 잘 해보지 않았던 우리의 삶과 삶의 방식과 방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고, 어설프게나마 답을 찾아보려 시늉이라도 했던 값진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앞으로 열어가야 할 새로운 길이 있고, 우리에게 주어질 축복이 많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의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치루었습니다. 선거 결과의 아픔과 상처를 겪고 있는 분들을 보게 되었고, 가슴 벅찬 기쁨과 감동속에 있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힘에 겨운 몇 달을 지내다보니, 떠나는 겨울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었고 오는 봄을 기쁘게 맞이하지도 못한 채 초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방은? 글방 모임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발달되고 편리한 전자 매체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한다고 하더라도,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기쁨과 어떻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간당간당하면서도 글방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국회의원에 선거에 출마했던 분들처럼 뛰어난 지도력을 갖고 있고 기꺼이 희생했던 방장님들과 방장님들 이상으로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낱알 회원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글방 모임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짜증나고 힘들고 부담스러운 게 많았죠. 지금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걸어보지 않았던 길을 만들어 가면서 겪고 있는 혼란과 고생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요. 이런 일들을 보고 겪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작지만 굽히거나 꺾을 수 없는 나라,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사회, 열정적인 사람들과 국민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 이구나.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글방모임에 대한 위기감을 조금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고,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다는 말이 있지요. 이런 말이 글방에 그대로 적용되어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글방이 갖고 있었던 결속력이 더 느슨해지기 전, 5월 말이라도 모임을 할 수 있게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히려 혼자 하는 것이 더 나은 분야일지도 모릅니다. 외부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지금까지 하셨던 것처럼 혼자서 읽고 쓰면서 지내시기 바랍니다.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 못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길 기도하면서 지내시길 바랍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축복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