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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과 앎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3. 29. 10:19
3월 22일, 일요일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저마다의 때가 있으니, 모르고 지낼 때를 아쉬워 할 필용가 없습니다. 그때에 가르쳐 주지 않았떤 것이 아닐, 가르쳐 주었지만 알아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에서 성장할 수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안다는 것이 좋지만, 그것을 얻디 위해 다른 것에 시간을 쓸 수가 없습니다. 안다는 것은 받아들임입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와 공간과 여유가 없다면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지금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 앎이 들어서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외적인 성장이든 내적인 성장이든 시간밖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현실이라는 냉혹한 환경과 논리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지금 알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 그 깊이가 깊어졌을 뿐인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나이듦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그분들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형님과 누님들에 대한 것은 그분들의 자녀들이 걱정할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들의 나이듦에 대한 것도 아닙니다. 그분들 또한 세상의 세파를 겪고 높은 파도를 넘어오면서, 그분들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과 실망과 좌절과 낙담과 죽음 앞에서 걱정하고 탄식하면서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몸이 겪고 있는 아주 작은 불편함과 괴로움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이기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홀로남은 그 시간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어 온전히 자기 몫으로 남은 그것을 지어야 할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주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주님이 자리할 그 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오래되지 않았지만,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했던 것을 저 자신에게 적용하고 그것에 따라 살아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걸음걸이가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새길이듯, 지금의 이 시간도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크게 놀랄 것도 아니고 의기소침해 할 필요도 없고, 어제 걸어왔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그저 그렇게 걸어가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