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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3. 31. 20:41
3월 31일, 화요일
지하철에 빈 의자가 많이 있습니다. 비어있는 의자가 많은데도 낯선 사람이 자기가 앉아 있는 바로 옆 의자에 앉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심적인 부담을 느낍니다. 사람들이 많아 빈의자가 없을 때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자기가 잘 알고 있고 친근한 사람이 아닌데 적절한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고 각 개인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적절한 거리두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줍니다. 나눔과 소통과 공유와 공감에 가치를 두면서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에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엉키로 설킨 것처럼 되어 버렸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내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너가 들어와 있고, 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물건이 들어와 있고. 내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사람이 삶과 가치가 들어와 있었을 수 있습니다.
적적할 거리두기는 어느 곳에서든 요구되고 필요한 것입니다. 물리적인 거리두기 뿐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두기, 마음으로부터 거리두기, 관심가는 것에 대한 거리두기, 물건에 대한 거리두기, 사람에 대한 거리두기, 하느님을 내 뜻대로 하려하지 않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 계시게 그냥 놔두는 하느님과의 거리두기, 자연과의 거리두기 등. 생활 곳곳에서 적절한 거리두기가 우리를 건강하게 하고 숨을 쉬게 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거리두기를 하면서 우리의 삶을 바라보게 됩니다. 삶을 관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는 나무대로 그대로 서 있습니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 꽃이 있습니다. 바위가 그대로 있고, 노루는 그것을 그냥 바라봅니다. 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지나갑니다. 적절한 거리두기,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삶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