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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진 새기도.영성/다네이 글방 2020. 1. 15. 21:43
1월 15일, 수요일
여행할 때 가장 큰 걱정은 하룻밤 묵을 곳을 찾고 정하는 것입니다. 먹는 것이야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아무데서나 잘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방을 시작할 때는 모임장소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 있는 공간을 사용하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떠날 때 마다 새로운 모임 장소를 찾아야만 했던 상황으로 되면서 모임장소 구하기가 아주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가장 먼저 체험한 사람들은 광주 글방에 나오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모임장소를 찾기 위해 북카페와 개신교를 전전하면서 평생교육원에 자리를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집없는 사람들이 이집저집으로 떠돌아 다니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없어 떠돌아 다녀야 하는 가장의 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요.
"철새 떼가,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기다린다, 뒤쳐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뒤처진 새>, 라이너 쿤체)
뒤처진 새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그 구차한 이유를 들어주는 것, 사랑이고 애덕이고 베품이기 전에 한 사람에 대한 예의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존중받고 있다고 여겨질 때, 그로부터 뭔가 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고 힘도 생기게 됩니다. 그 작은 힘으로 앞서 가고 있는 동료들을 따라가게 되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