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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요 오전반기도.영성/다네이 글방 2019. 12. 18. 09:45
12월 18일, 수요일
수요오전반, 올해 마지막 모임 했습니다. 11명 참석했구요. 모두 의기투합해 글나눔 안 하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두 교황>을 함께 보았구요. 밥 먹고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 있는 카페 산다미아노에서 차와 케잌,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말하자면 ‘두 교황님 모시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 다닌 셈인데요. 영화의 시작 부분에 교회를 고치는 모습이 나오고 프란치스코 성인이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은 곳이 산다미아노였더라구요. 우연의 일치라는 건 없다는데... 놀더라도 당신 안에서 편안히 놀라는 다정한 말씀으로 새겨보았습니다.영화는 물론 아주 좋았구요. 무엇보다 두 교황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영적인 보청기’, ‘변화와 타협’, ‘정신적 자만’... 이런 말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신앙의 유무에 따라 느낌은 다르겠지만 전임 교황에 대한 서술에 안타까움도 있었지요. 현존하는 인물을 다룬 영화니만큼 시각과 평가는 조심스럽지만요. 어쨌든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었답니다. 진지함과 유머를 함께 유지한다는 것, 참 중요합니다. 울음이 터질까봐 참기도 하고 웃다가 훌쩍거리다가 눈물도 찍어내며 모처럼의 극장 나들이를 마무리했답니다.
곤드레나물밥과 두부찌개로 맛나게 밥 먹고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눴습니다. 마침 프란치스코 재속회원이 있어 수도회에서 배운 노래도 들려주었답니다. 어느새 어제 본 듯 편안해진 서로에게 감사와 덕담도 주고받았구요. 버릇없는 아랫것은 귀한 선물에 심쿵. 글방에 대한 소회와 기대, 각오도 들어보았습니다.언젠가 신부님께서 ‘글방이 첫째는 아니더라도 꼴찌는 아니었으면’ 하셨다는데요. 그 말대로 꼴찌였다가 탈출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나이들수록 더하기보다는 빼기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글방 모임은 빼기의 후보에 오르지 않는다는 것. 뭘 읽거나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그래서 뭐하러 책을 읽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더욱이 글쓰기 숙제의 괴로움을 생각하면 다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좋고 책이 좋고 글은 더욱 좋은, 우리의 신앙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니까요.
즐겁고 은혜로운 시간, 깊은 형제애를 나눈 시간, 숙제 안 하고, 영화 보고, 밥 먹고, 수다 떨고...새해에도 오늘 같은 날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헤헤.
한 해 동안 서로서로 배려하고 의지하며 늘 즐거운 만남, 유익한 모임 만들어준 수요오전반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당연히 지도해주신 신부님께도 감사 인사 드리구요. 다른 모든 글방 식구들에게도 새해 인사 드립니다. 다음 모임은 1월 15일. 고전읽기 <코스모스>로 나눔합니다. (위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