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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대로 되어라생활글/생활 속에서 2019. 12. 6. 21:08
12월 6일, 금요일
예수님께서 길을 가고 계셨습니다. 눈 먼 두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 가며,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그분께 다가갔습니다. 주님께서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라고 물으시자, "예, 주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의 눈에 손을 대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렸습니다. (마태 9, 27-31 참조)
눈 먼 사람이 주님을 만나 눈을 뜨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눈 먼 사람을 문자 그대로 앞을 못보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유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매 주일마다 미사에 나가고 있고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말과 입술로 주님을 부르지만 정작 그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생활을 하면서 매일 기도와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지만, 그분과의 내적인 관계나 친밀한 관계가 없는 삶일 수 있습니다. 주님을 따르지만 그분을 본적인 없고, 그분의 말씀으로 마음이 뜨거워진 적이 없는 삶, 눈 먼 자들이 주님을 따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눈 먼 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내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눈 먼 두 사람에게 하신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는 주님의 말씀이 "너가 믿는 대로 되어라"는 말씀으로 바뀐다는 말입니다.
폴 틸리히는 믿음을 "무조건적인 관심의 대상인 하나의 것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틸리히의 말에 따르면 눈 먼 두 사람의 관심사는 그들이 눈을 뜨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눈을 뜨게 해 주는 예수님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궁긍적인 관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믿음으로 그들에게 궁긍적인 충만함, 즉 눈을 뜨고 주님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너가 믿는 대로 되어라"는 말씀으로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믿었던가?',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새롭게 던지고 새롭게 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