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산생활글/생활 속에서 2019. 12. 2. 21:40
12월 2일, 월요일
광주에서 양양으로 왔습니다. 광주에서 이곳으로 피정오시는 분의 차에 동승했습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거쳐 왔습니다. 우리나에라 산이 참 많다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넓은 들판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라고 노래했는데, 얼마나 넓은 벌판을 두고 한 말일까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겨울산이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정갈하다, 눈이 시원하고 마음 또한 서늘해진다, 숲속 깊숙한 곳까지 볼 수 있어 맑다, 회색과 갈색과 흙을 닮은 색이 부담없어 좋다. 이 외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산과 숲의 지닌 아름다움이 온 몸으로 다가 왔습니다.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답답함. 슬픔을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어 그것을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할 때도 답답할까요? 더 큰 슬픔으로 될 것 같습니다. 사랑을 드러내고 싶지만 그것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때, 그 외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요? 그런 경우가 있을지, 있다면 어떤 경우일지 모르지만.
갈망하는 것을 다 채울 수 없는 가난함으로 사람은 더 갈망하게 됩니다. 절대자이신 분, 영원하신 분, 하느님에 대한 갈망입니다. 갈망과 비슷한 욕망이라는 말은 인간이 육적인 것을 갈망할 때 사용하는 말일 것입니다. 내적이고 정신적이고 영적인 것에 대해서는 갈망이라는 단어를 쓰고, 육적이고 인간적이고 세상적인 것과 관련해서는 욕망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갈망이든 욕망이든 그것이 모두 채워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어느 순간 채워지겠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그전과 같이 다시 갈망하고 욕망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물질적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항상 비어있는 공간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