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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생활글/편 지 2010. 3. 7. 09:57
몇 일 전에 바람이 아주 많이 불었었지. 그 차고거센 바람을 뚫고 산책인지 운동인지를 하고 들어왔다. 방에서 <매일 미사>를 뒤적거리면서 복음묵상에 관한 글을 보게 되었는데, 봄바람과 나무에 관한 내용이었다. 겨울을 지낸 나무는 새싹을 내기 위해 다른 어떤 때보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고, 땅에서 뽑아 올린 물을 가지 끝트머리까지 밀어 올려야 하는데, 이것이 보통 힘든게 아니라고 한다. 이때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 주면 좀 더 쉽게 물이 가지 끝까지 퍼져 나간다나. 나를 힘들게 하고 귀찮게 했던 그 바람이 나무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니, 자연의 신비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으까? '흔들림', 고통과 괴로움이지만 하느님의 영과 그분의 생명이 나의 마음과 몸속 깊이깊이 스며들도록 하기 위한 그분의 배려가 아닐까? 흔들리는 것도 견디어 내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외수 씨의 시를 한 편 복사해서 보낸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너의 마음 흔들릴 때 마다 바위이신 그리스도를 보라
바위에서 피어난 십자가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