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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목요일
선물을 받는다는 것, 기분 좋은 일이다. 그 선물에 선물을 받을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해 있을 때 더욱 더 그러하며, 그 선물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 더 귀한 것으로 된다. 그리고 이런 선물을 통해 서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고, 그 기억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들을 하나되게 해준다.
요르단에 가기 위해 이스라엘 북부 갈릴래아 호수 가까이에 있는 벳쉐안의 국경을 넘을 때에는, 새로운 나라에 들어간다는 설렘보다는 국경을 어떻게 넘어야 하나라는 걱정과 긴장이 더 컸다. 어렵사리 국경을 넘어 요르단에 들어가서도 한동안은 이스라엘에서의 긴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요르단의 순박한 사람들과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몸과 마음이 안정되어 가고 편했다.
불편함이 있었다면, 우리 세 사람을 안내하는 팔레스타인-요르단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쉽게 안내해 주지 못한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것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요르단의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언자 엘리야의 고향이라고 하는 티스베(1열왕 17, 1), 마르 엘리야스에 가기 위해 헤매고 있을 때 요르단 사람들의 마을에 우연히 들르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거리낌 없이 받아주었고, 우리가 신기했던지 여러가지 것에 호기심이 많았다. 세계 어디든지 시골 사람들의 단순함과 소박함때문에 우리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들 사이에는 아랍말과 영어를 하는 안내인이 있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눌 수 있었을 것이다.
시끌벅적한 이야기들 듣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인상적인 두 아이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었다. 물론 그 아이들이 내 말을 알아 들었을리는 없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아 차렸으리라 생각한다. 떠날 시간이 되었을 때 남자 아이가 자기 집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집 주변에 피어 있는 꽃을 한 줌 꺾어 다시 달려와 나에게 아무 말 없이 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가끔 선물을 받아 보았지만 그런 선물을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아이를 안아 주는 짧은 시간,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금도 그 아이들이 생각나며 그들을 기억한다, 하느님 안에서.
<아이들과 이슬람 사원> ↓
<선 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