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대축일을 지낸 지 49일 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 독서를 통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과 성령에 관한 사건이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들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이 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바오로 사도의 로마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9일 동안 주님께서 우리와 똑같이 먹고 마시고 생활하신 분이시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계신 분임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요한복음의 마지막에서 이런 주님을 따랐던 베드로 사도와 요한 사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세분의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와 요한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세 가지 각기 다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베드로 사도와 관련된 이미지는 <쿼바디스 도미네 성당>입니다. 64년에 로마에서 대화재가 일어납니다. 당시 네로 황제는 이 화재의 주인공으로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지목합니다. 이들을 박해하고 죽입니다. 당시 로마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베드로는 이것을 보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로마와 신자들을 버리고 도망칩니다. 아피아 가도를 따라 도망가고 있었을 때, 그 앞에 주님께서 나타나십니다. 그때 베드로가 묻습니다. “주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Quo vadis, Domine?” 주님께서 “나는 네가 버리고 떠난 로마로 가서 그곳에서 십자가에 다시 못 박히려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베드로는 로마로 다시 들어갑니다. 그곳 순교합니다. 자기는 주님처럼 십자형에 처해 죽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습니다. 주님과 베드로가 만났다고 하는 곳에 세워진 기념성당이 <쿼바디스 도미네> 성당입니다. 베드로 사도, 우리처럼 약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자랑할 것 보다 부끄러운 모습이 더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바위처럼 든든하고 흔들림없고 우직한 분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와 관련된 이미지는 로마 <성밖의 성 바오로 대성전>에 있는 사도의 대리석상입니다. 두건을 깊이 둘러쓴 채, 오른손에 칼을 왼손에 성경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까이 하기 어려운 무서운 모습의 석상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막힘이 없었던 분이십니다. 그 어떤 어려움이나 난관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았던 분이십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고, 주님의 말씀으로 무장된 분이었습니다. 이런 무서운 모습뿐 아니라 그가 얼마나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는지 그분이 쓰신 서간 여러 곳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바오로 사도가 계셨기 있었기 때문에 주님의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소아시아로 그리스로 로마제국으로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요한 사도와 관련된 이미지는 주님의 십자가 아래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아래 있었던 어머니오 요한과 다른 사람들을 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그리고 요한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라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에 대해 걱정합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가 사랑하듯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깁니다.
주님께서는 요한을 특별히 사랑하셨습니다. 요한도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요한 사도는 주님의 모친을 당신의 모친으로 생각하여 그분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십니다. 십자가 아래 함께 있었던 사람들, 주님의 죽음을 깊게 슬퍼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오갈데 없는 사람들, 주님의 사랑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사람들, 이들을 보살피고 돌보아 주었던 사람입니다.
세상이 험난하다고 말합니다. 사막처럼 메말라 간다고 합니다.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딛고 서 있었던 토대가 흔들리면서 우리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 눈을 흐리게 하고 귀를 어지럽게 하는 말과 글과 이미지가 넘쳐 나는 세상이라고들 합니다. 오래 전 레오 13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새로운 사태’와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 시대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베드로 사도처럼 나의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에 실망하지 않은 것입니다. 자신의 약함에도 불구하고 베드로의 이름처럼 부활하신 주님께 대한 든든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힘이 아니라 주님의 힘과 손길에 우리를 맡기는 것입니다. 든든한 바위였던 베드로 사도 위에 교회를 세우신 주님과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주님의 말씀으로 가득 채워지고 주님의 말씀으로 무장을 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과 함께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가려는 강한 믿음과 열정으로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증거하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은 반드시 주님께 대한 사랑과 함께 해야 합니다. 요한 사도가 가졌던 사랑으로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요한 사도에게 맡기신 십자가 아래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랑의 사도가 되는 것입니다.
오래 전(1891년) 레오 13세 교황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사태’와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시대를 건너갈 수 있게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 주시기를 청하도록 합시다. 성령님께서 우리 삶 한가운데, 나의 마음과 영혼 깊숙한 곳에 다시 내려 오시길 기다리며 지내시길 빕니다. (가해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사도 28,16-20.30-31; 요한 2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