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요셉은 착하고 선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의 약혼자 마리아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살기 전에, 마리아가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요셉이 받았을 충격은 어땠을까요?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요셉에게 일어났던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고 상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셉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성경은 침묵합니다. 마리아의 일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했다고만 전하고 있습니다. 요셉이 마리아에게 일어났던 일을 발설할 경우에 마리아는 돌에 맞아 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기가 먼저 파혼한다고 말함으로써, 마리아가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요셉이 ‘의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착한 청년 요셉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이런 요셉의 삶속으로 하느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요셉이 꿈속에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마리아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한 상태였기 때문에, 천사의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삶에 자기가 한 번 결정하고 선택한 것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 체험했기 때문에 착한 청년 요셉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은 이런 요셉의 심중에 대해서도 또 다시 침묵합니다. 다만 잠에서 깨어난 요셉이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다라고만 전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그 인간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경의 관심사는 한 사람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갖게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한 인간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던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위해 협력하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성경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신앙이 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청년 요셉이 신앙인 요셉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마리아와 아기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라는 천사의 말에 묵묵히 따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