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식물의 고유한 삶은 뿌리 속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은 단지 여름 동안만 버틴다. 그러다가 시들고 마는데 하루살이같이 덧없는 현상이다. ...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라져갈 꽃이다. 그러나 땅속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13) -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을 대가라고 한다. 이들이 하는 말과 쓰는 글이 갖고 있는 특성은 단순함이다. 단순함을 달리 표현하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특정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도 그 부분이 전체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이끌어나간다. 그래서 이들이 쓴 글을 읽다보면, 어려운 주제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읽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위의 글에서 융은 인생을 식물에 비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 인생을 떠받치고 있고 이끌어 가는 것이 뿌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땅속에 묻혀있는 뿌리처럼, 우리 삶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데, 일상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식물과 뿌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융은 같은 계속해서 말한다. “나의 생애에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영원한 불멸의 세계가 무상한 세계로 침투했던 사건들 뿐이다.” (13). 사실 그렇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한 철 피었다가 사라져버리는 꽃에 현혹되어 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생명과 사랑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