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시대의 서글픈 현실을 심각하게 바라보면서 공적으로든 사사롭게든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심층을 이해하고 있는 이라면, 우리에게 덮쳐 와 우리를 가슴 아프게 만들고 있는 해악들의 원인이 바로 신적이고 인간적인 것들에 관한 불경건한 이론들에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불경건한 이론들은 철학 학파들에서 출발하여 사회 구석 구석 까지 미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행동하는 데 이성의 선도를 받는 것은 바로 인간 본성에 속하는 일이라, 지성이 어떤 것에서 죄를 짓게 되면, 의지도 쉽게 정도를 벗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인식에 자리잡고 있는 거짓된 의견들은 인간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들을 타락시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정신이 건전하다면, 곧 탄탄하고 참된 원리들에 근거하고 있다면, 인식은 사사롭게든 공개적으로든 많은 선익을 낳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3항)
*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정신속에 헛되이 이성의 빛을 밝혀 놓으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신앙의 빛은 이성의 가치를 결코 꺼버리거나 시들게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기는 커녕 이성의 가치를 강화하고 그 힘을 증대시키고 더욱 고상한 것들에 적합하게 만들어 줍니다. (4항)
*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과 신앙을 날카롭게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이 양자를 조화시켜 각각 자신의 권리와 품위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성은 성 토마스의 날개 위에 올라탔기 때문에 더할 수 없는 위대함의 절정에 오를 수 있었고, 신앙도 이미 성 토마스와 함께 얻을 수 있었던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도움을 이성으로부터 받을 수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23항)
* 인간의 모든 학문은 우리가 제안한 철학의 쇄신으로부터 진보의 희망을 품어야 하고 대단한 도움을 기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과학과 인문과학은 다른 여타 학문들의 교정자인 철학으로부터 언제나 지혜로운 규범과 타당한 전개 방식을 얻어 내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보편적 원칙과도 같은 철학으로부터 여타 학문들은 양육하는 정신이 흘러 나옵니다. 그리고 인문과학은 철학의 특전이 건전하고 그 판단이 타당할 때 활짝 피어났지만, 철학이 쇠퇴하고 오류와 어리석음에 빠졌을 때에는 무시되고 거의 잊혀졌다는 것은 사실과 경험이 입증해 주는 바입니다. (3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