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말없음이 좋다. 전에 들었으면 출렁거렸을 말도 걸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모습에도 그다지 마음 쓰이지 않는다. 힘이 없어진 것일까. 성숙해진 것일까. 우중충한 초겨울 날씨 때문일 수도 있겠다.
대림시기여서 본당 고해성사에 자주 간다.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듣는 시간이고 들어주어야 하는 시간이다.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겠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들어 줄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와 체력도 없다. 기쁜 일과 복된 시간에 대해 말하기 위해 고해실을 찾지 않는다. 그래서 더 힘이 빠지는 것이리라.
아침 식사 때, 어느 신부님이 말씀하신다. 고해실에서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는 게 큰 기쁨인데, 요새는 그런 영혼을 만나기가 힘들다고.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뭘까. 하느님을 경배하고 우러러보는 영혼, 생활속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살려고 하지만 자꾸 인간적인 성향으로 기우는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통회.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했을 말을 습관적이고 의무감에서 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서 고백하는 말. 이런 때에 고해 사제는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지만, 한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시간임을 즉시 알아차린다.
잠시 후, 가까운 본당에 고해성사를 들으러 간다. 나를 통해 주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 짦은 시간이 하느님께서 힘차게 활동하실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