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 VIVA LA VIDA>를 보러갔다. 영화 관람은 핑계였다. 시내 (구)중심가에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시내 중심이지만 길거리가 한산했다.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의 페인트가 벗겨진 벽과 비어있는 가게가 많이 보였다. 월요일 오전이어서 그런가.
광주극장은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있었다. 그곳에서 학교 단체 관람으로 “러브 스토리”를 보았다. 두 주인공이 공원에 있는 스케이트 타는 장면과 눈싸움 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영화를 보고나서 “러브 스토리”를 읽었을 것이다. “썸머 타임 킬러”라는 영화도 광주 극장에서 보았을 것이다.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올리비아 핫세 얼굴만 기억난다. 광주극장 뿐 아니라 현대 극장과 아세아 극장도 자주 이용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다닐 때 영화를 좋아했고, 그 어느 때보다 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광주 극장 주변의 건물은 모두 낡고 오래된 것 뿐이었다. 문을 연 상가들도 많지 않았다. 극장 내부도 몇 년 전 그대로였다. 복합 영화관의 깔끔함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흥행과 관련없이 예술성이 있는 영화와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곳이어서 운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겨울에는 영화관이 너무 추워, 영화관에서 준 무릎덮개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때에 어떤 음악가에 관한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제목도 떠오르지 않는다.
<프리다 칼로> 관객은 나를 포함하여 일곱 명이었다. 영화와 관련없이 시간이 적당하여 보기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내용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프리다 칼로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을 영상으로 본 것 뿐이었다.
점심 시간인데도 충장로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80년대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던 곳이었다. 하기야 40년 전의 모습이다. 지금은 시내 중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광주에서 제법 오래 되고 꽤 알려진 서점에 갔다. 교실 서너 개 넓이로 매장이 제법 넓었다. 직원 두 명이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 매대 사이를 돌아다니며 책을 둘러보았다. 한강 작가의 <흰> 과 <희랍어 시간>을 구입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서점에 들를 때마다 별의별 책이 다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많은 책들을 누가 사가는거지? 이곳에서 팔리지 않은 책은 어디로 가는거지. 새로운 책은 계속 출간될 것이고, 입고될 텐데. 책을 구입하기 위해 가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머물다 그곳을 나왔다. 바로 옆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그곳도 교실 서너개 넓이의 넓은 매장이었다. 그곳에서는 네다섯 명의 사람을 보았다. 썰렁했다.
영화관과 두 군데 서점을 둘러보면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영화와 영화관은 그대로 인데, 이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바뀌었음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서점과 책도 책을 구매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관련있는 주변 상황이 엄청 나게 바뀌었다. 좋았던 시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무엇이 되었든 그 중심부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기존의 것은 밀려나기 마련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책이 중심부에서 밀려나는 것 뿐 아니라, 존폐가 위협받고 있는 것처럼 보여 울적하다. <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라고 했는데, 삶 이외의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