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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론의 <십계명론>에 모세가 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뵙고 싶다는 말을 하자 하느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나와 내 권능 어느 하나라도 본질적으로 이해하리라고 기대하지 말라. 하지만 나는 언제든지 또 기꺼이 네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허락하겠다. 이 말은 네가 우주와 우주 안에 담긴 모든 것을 관상하도록 해준다는 뜻인데, 이는 육신의 눈이 아니라 항상 깨어 있는 정신의 눈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
하느님의 이 말씀을 듣고도 “모세는 여전히 소망을 그치지 않고 볼 수 없는 분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애태우고 있었다.” 이는 필론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생각의 전형이다. 우주를 관상함으로써 하느님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되고 하느님이 베풀어주는 은혜를 향유할 수 있지만, 여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알고 싶어하는 그리움을 뜻한다. 이는 과연 그리움일까? 알 수 없는 하느님을 알고 싶어 하는 이러한 갈망을 통하여 필론의 사상은 신비적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양 신비사상의기원>, 앤드로 라우스/배성옥, 분도출판사, 2008, 47-48)
*** ‘알 수 없는 하느님에 대한 갈망과 그리움’. 아무리 해도 알 수 없는 하느님이시기에, 하느님께 대한 그리움과 갈망은 고통이다. 채워질 수 없는 배고픔이며 갈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통’을 통해 인간의 몸과 마음과 영혼은 정화되어 하느님과 일치하게 된다. 신비신학은 하느님께 대한 존재증명보다, 체험을 통한 하느님에 대한 앎과 하느님과의 일치와 결합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