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그 ‘없음’을 통해 그가 자기자신의 삶에 얼마나 깊게 자리잡고 있었던가 알게 됩니다. 그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었던가 다시 깨닫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일어납니다.
야곱은 하느님을 꿈에서 뵙고 난 후에 말합니다.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구나.”(창세 28,16) 삼손의 아버지 판관 마노아는 천사와 함께 이야기하는 그가 천사인줄을 몰랐습니다. 그가 떠난 다음에 그가 하느님의 천사였음을 알고서 “하느님을 뵙게 되었으니 우리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오.”라고 아내에게 말합니다.(판관 13,22) 베드로 사도도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천사가 하는 그 일이 실제인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감옥을 완전히 빠져나온 다음 정신이 들어 “이제야 참으로 알았다. 주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나를 빼내어 주셨다.“(사도 12,9.11)라고 말합니다.
부재의 체험, 없음의 시간. 이 시간은 우리가 변화되는 때입니다. 지금까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의 이면까지 보게 합니다.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깊어지게 하여 우리를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합니다.
주님께서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시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요한 16,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부재가 부재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으로 채워질 것임을 약속하신 것이었습니다. 부재의 시간, 없음의 시간에 애통해 하지 않고 그 빈자리를 하느님의 영으로 채워질 것을 바라는 것이 신앙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