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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 있는 것을 묘사할 때 문장의 종결을 동사로 하기가 쉽지 않다.
여름 한낮, 바람 한 점 없고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아, 거대한 푸른 바위와 같은 숲에 대해 어떻게 동사를 빌어 표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름숲을 바라보면서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상으로 맛 볼 수 있는 것을 느껴보고 만짐으로써, 죽은 것처럼 서있는 숲이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될 때 어떤 묘사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아니면 숲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움직임을 포착하여 묘사하던가. 이런 면에서 글쓰기 작업은, 사물의 감추어진 면을 찾아내기 위해 사물을 먼 발치에서 오랫동안 바라보는 관상적인 자세를 포함하고 있는 거 같다.
몇 문장을 연습삼아 써보았는데, 처음에는 이런 문장이 나오리라 예상하지 않았다. 정희모가 <문장의 비결>에서 말한 ‘생각의 논리’와 ‘글의 논리’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