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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꿈동이가 온다원고글/빠씨오 2009. 10. 15. 22:21
“저기, 꿈동이가 온다” (창세 37, 19)
지리산의 의 끝자락에 있는 남원 제 고향에는 어렸을 때 제가 자주 올라가곤 했던 작은 동산이 하나 있습니다. 그 동산의 자그마한 바위에 앉아 저는 ‘저 산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저 섬진강 물을 따라가면 어디에 도달하게 될까?’등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빨리 커서 이곳 산골을 벗어나야지, 저 산너머에는 뭔가 멋지고 신나는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여러가지 꿈을 꾸곤 했습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다시 계절 따라 산의 모습과 색깔이 바뀌는 설악산을 뒤로하고 동해의 검푸른 파도가 보이는 이곳 삽존리의 한 산마루에 서서, 어린 시절 내가 꾸었던 꿈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되돌아보곤 합니다. 답답한 산골 에서 도망치기 위한 방법으로 광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정신적인 방황을 하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게 해주어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대구로 옮겨갔으며,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철원에서 나를 위한 하느님의 뜻을 찾으면서 군생활을 한 뒤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는 제 마음속의 꿈을 이루어 주시기 위해 저로 하여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고, 많은 일들을 일어나게 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와 똑같이 여러분들도 자신을 위한 꿈을 많이 꾸었을 것이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시련과 아픔을 많이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여러분들은 예수님의 고난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꿈을 꾸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쫓아 여러분들은 부모와 형제, 정든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에 두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떠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꿈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 37장에는 우리 모든 꿈동이들의 원조인 요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알고 계시는 대로, 요셉은 자신이 꾼 꿈을 형제들에게 이야기하고 이것 때문에 형제들의 미움을 받게되지요. 어느 날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부탁으로 들에 나가있는 형들을 찾아갔을 때 형들이 이야기합니다; “저기, 꿈동이가 오는구나. 저 녀석을 죽여 아무 구덩이에나 처넣고는 들짐승이 먹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 꿈이 어떻게 되어 가는가 보자”. 그 후 요셉은 에집트로 팔려가 그곳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요셉이 겪어야 했던 많은 어려움들을 통해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의 꿈이 조금씩 현실화 되어갔음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80년대 중반에 여러분들의 선배 중의 한 사람이 “苦”라는 이름으로 양성자들의 글을 모아 펴낸적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창간호가 마지막호가 되어버렸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여러분들은 다시 “Passio”라는 이름으로 여러분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담긴 글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글잔치’가 여러분들이 저희 수도회에 갖고 있는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데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계획했고 꾸민 “Passio”가 여러분들 자신을 성장할 수 있는 장이 되고 다른 형제들과의 우정을 나누며 선후배 건전한 대화와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십자가의 사랑’이라는 꿈을 실현해 나가는 좋은 도구로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저희 수도회의 ‘꿈동이들’인 여러분들의 “Passio”의 시작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학교 공부와 방학 체험등 분주한 시간을 쪼개어 편집을 맡아주신 편집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과 십자가의 성 바오로와 양성자들의 주보성인인 가브리엘 포센티 그리고 저희 수도회의 모든 성인, 성녀, 복자들의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저기, 고난회의 꿈동이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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