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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께서 제 앞에 놓아주신 불타는 빵을 향해 조금도 망설임없이 제 손을 뻗치겠습니다. 이 빵 속에 당신께서는 앞으로 자라나고 이루어지게 될 모든 것의 씨앗을 심어 두셨습니다. 이 빵을 먹음은 모든 일에 있어서 만물보다 더 높은 것에 대한 맛을 얻고 거기에 친숙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는 자신의 내부에서 어떤 훌륭한 것을 산출해 내기 위해서 산고를 겪는 것이 아니고 ‘만물에 앞서 계시는’ ‘존재’와의 합일을 통해 자신의 완성을 이루어내기 위한 산고를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존재가 결정적으로 당신의 존재에 합치하려면, 제 안에서 몇몇 구조뿐 아니라 세계 자체가 죽어야만 합니다. 이 새로운 하루가 저에게 가져다 줄 성장과 더불어 우주를 침식하는 쇠약, 노쇠,죽음 등을 함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의 영성체도 지금 미완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의 비좁은 자아를 당신의 현존으로 대치해 주실 것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세계 위에서 드리는 미사>, 떼이야르 드 샤르댕/김진태,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4, 4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