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사람들, 작가나 예술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 도덕자나 지식자가 아니라네. 감추고 싶은 인간의 욕망, 속마음을 광장으로 끌어내 노출시키는 사람들이지. 거울로 비춰주는 거야. 보통 사람은 비참한 가지 얼굴을 안 보려고 해. 흐린 거울이나 깨진 거울로 보지. 직면할 용기가 없으니까. 예술가만이 일그러진 자기 얼굴을 똑바로 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없>, 김지수, 열림원, 2022, 124)
*** (이어령이 김지수 작가에게 한 말이다.) 얼마 전,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으면서, 아니 에르노 자신의 몸으로 체험했던 것과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문학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이든 자기와 관련된 일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진실함과 솔직함과 용기가 있어야 하고, 특히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이런 태도가 요구된다는 이어령의 말을 듣고 아니 에르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