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일을 조금씩 줄이다가 결국엔 완전히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이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람으로 서서히 무대 뒤로 사라지고 홀로 고독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려는 나의 결정은 위험하고 제멋대로의 독선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결정은 실행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글에서 손을 떼려는 동기가 어려움에 부딪치고 혼돈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쓰는 것은 이 일기와 노트에 적는 단상과 시가 되리라. 더 이상 글을 쓰는 데 미련을 두지 않으리라. (<토마스 머튼의 시간>, 1961년 3월 7일)
☞ 토마스 머튼이 <칠층산>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완전한 침묵속에서 홀로 머물 수 있는 고독한 삶 때문이었고, 그는 이 <칠층산>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때부터 머튼은 침묵과 고독안에 머물고 싶은 수도자의 삶과, 수도자로서 체험한 것을 글로 쓰는 작가로서의 삶 사이의 긴장과 갈등과 혼란을 겪게 된다. 외적인 상태에서 그의 방황은 끝났지만, 내적으로는 계속 방황하면서 순례자처럼 살지 않으면 안되었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