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어떤 형태든 고통이 있다면 죄를 지은 것이다. 지은 죄에 대해서는 벌이 따른다. 죄의 결과인 이 벌이 고통이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이 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통은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죄을 짓고 겪는 고통만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실존적인 고통까지 포함한다. 육을 지닌 사람으로서 겪는 욕심과 탐욕과 욕망, 소외감과 허무함 그리고 이것들에게로 쏠리는 경향 등. 자그만한 벌에 대해서는 벌을 받고나서 벗어날 수 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벌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거나, 벌을 내린 사람의 용서를 통해 벗어날 수 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해 벌을 받는 것을 보속이라고 한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벌에 대해 어떤 사람이 대신 벌을 받는 것을 대속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대신 받아들일 수는 있다. 타인이 지은 죄의 결과로 그가 받는 고통을 대신해서 받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대속은 희생함을 의미한다.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 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타인이 지은 죄와 그 죄로 인한 고통을 대신 받아들이셨다. 하느님의 아들로서 죄없는 분이 죄의 고통인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도대체 인간이 어떤 죄를 지었다는 말인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죄는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규범을 어긴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하느님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여, 하느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킨 것을 말하고, 자기 자신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으려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도교의 기본교리인, 이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상의 체험과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묵상하면서 알고 있었던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도 대속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1코린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