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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드림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11. 15. 20:38
"누구든지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
아무 때나 스스럼없이 이웃집에 갈 수 있었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웃사촌이라고 부르던 때가 그립습니다. 바로 옆이나 앞에 있는 이웃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웃과의 만남이 거의 없습니다. 이웃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기도 하고, 이웃 사람을 피하며 살기도 합니다. 아파트에서는 아래층 관리 사무실에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차단된 경우도 있습니다. 원수처럼 살지 않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 수 있는 것만도 감사드려야 할 지경입니다.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면 안됩니다. 열려있음이 환대의 정신이 아니라, 위험을 자초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크기가 다른 섬에서 살고 있습니다. 섬의 크기란 사람들과의 관계의 많고 적음, 관계의 얕고 깊음을 말합니다. 섬이 어떤 크기가 되었던 모두 고립되어 있는 섬과 같습니다. 섬으로부터 빠져나오기를 바라고 있는지 아닌지, 모두 지금 이대로 이대로 살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모두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넉넉하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주님께서 주시는 축복으로만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들의 집이나 아파트의 문 앞에 주님께서 문을 두드리며 서 계십니다. 모두 두려워 하면서, 문을 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옆집으로 가시어 문들 두드리지만 그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환영받지 못하는 주님,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환대하는 축제의 모임으로만 이들의 외로움이 누그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