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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리 술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11. 1. 21:49
술을 좋아하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소주 2-3잔이면 충분하다. 그나마 지난 사순절 희생으로 금주를 하고 난 다음부터 전혀 술생각이 없어졌다. 사람들이 말하길 몸이 안좋아 그렇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인지 그저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제주 민속주/토속주 '고소리 술'을 마셨다. 고소리 술 제조 명인이 만든 술이었다. 우리나라의 증류주의 대표격인 개성과 안동 소주와 같은 등급이라고 했다. 그분이 술을 어떻게 빚는지 설명해주는 것을 들었다. 한 방울의 증류주를 얻기 위해 손수 조를 심고 잡초를 뽑아주고, 익은 조를 참새들로부터 지키고, 조밥을 만들고, 특별한 방법으로 준비한 누룩과 섞어 발효시키고, 익은 술을 걸러서 불에 증류시키는 전체 과정이 정성없이는 할 수 없는 일처럼 여겨졌다.
술맛을 알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때문에 마셨기 때문에 술을 평가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그렇지만 40도라는 독한 술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부드러웠다. 미각과 후각이 발달되었다면 고소리술의 독특한 향냄새도 맞을 수 있었을 것이다.
술맛도 좋았지만 술을 빚는 명인의 태도가 더 좋게보였다. 서양에서 유입되는 좋은 술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식탁과 생활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고소리술의 제조법을 배우고 보존하기 위해 거의 20년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돈을 벌기위한 상술과 합쳐져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긴 '급조된' 고소리술과 싸웠던 시간도 고소리술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외적인 어려움들이 모두 지나갔고, 어느 정도 탄탄하게 자리잡고 좋은 술을 빚고있다. 그 명인의 삶의 자세를 보면서,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자기자리를 지키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살아있는 성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