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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삶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10. 23. 15:35
"난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막아 내느라고 애를 쓰면서 평생을 보냈을 따름이지 무슨 일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원했던 때가 전혀 기억이 없다. ... 갑자기 나는 낯선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고, 실제로는 가족을 내가 전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께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관심사가 나의 관심사와 더 이상 같지 않아 졌기 때문이리라. 나는 친구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는지 아닌지조차도 개의하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낯선 사람들 같았다."(<풀햄 선생>, 존 P.마퀀드)
☞ <자서전을 씁시다>(안정효, 민음사, 2019, 216)에서 재인용한 글이다. 어찌 풀햄 선생뿐이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아간다.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 살기를 두려워하여 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살아간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이외의 다른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지만 좀 더 넓고 깊은 세상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신분과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자기 삶에 대한 결산을 할 때 쯤 이렇게 살았던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여겨지고, 자신의 삶인데도 타인의 삶처럼 생소하게 여겨진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살아보고 싶은 마음과 용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아닐까? 이런 평범한 삶이 가장 값진 것이었으며 그렇게 지내왔던 시간과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결코 나쁘지 않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