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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는 다른 도시로 허기와 추위와 불행을 향하여 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모욕을 당하러 가거나 고독 속에 살러 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하늘이 낮게 드리운 어두운 도시로, 연기와 추위와 찢어질듯한 가슴앓이병을 향해 가고 있다. 그들은 고속도로보다 낮은 지대, 진흙땅에 있는 그들의 마을로, 높은 벽과 철책으로 둘러쳐진 무덤처럼 땅 밑에 움푹 파인 그들의 방을 향해 가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자기들의 마을과 가족과 떨어져, 알지 못하는 빈 방에서 죽어갈 것이다. 그들을 갈아 부수고 삼키며, 그들의 모습을 앗아갈 이상한 나라로 그들은 지금 가고 있는 것이다. (<사막>, 르 콜레지오/홍상희, 문학동네, 2008, 283)
☞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모습이다. 고향을 떠나는 이유가 행복하게 살고 좀 더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고향을 등지고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원초적인 고향을 잃어버렸을뿐 아니라 그 고향에 대한 간절한 바람없이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