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의 하루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5. 9. 21:08
네 사람이 하는 일을 한 사람이 하려니, 바쁘다. 아침식사 간단히 준비하고 먹었다. 많은 사람이 간단하게 먹는다고 하는데, 난 든든히 먹어야 오전을 견디어 낸다. 오랜만에 수녀원 미사를 갔다. 나무그늘과 나무사이로 보이는 햇빛과 연두색과 상큼한 바람, 숲 터널때문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수녀원을 코로나가 덮쳤고, 이어서 사순절과 부활전례를 마친 다음이어서인지 모두 조금 지쳐있는 것처럼 보였다. 편지 작업은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몸의 소리에 발을 맞추기로 했다. 지금까지 달려왔던 속도가 있어 멈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점심 먹고 성모숲길을 걸었다. 싱그러움과 고요만 있는 곳이어서 몸과 마음이 쉬기에 딱 맞는 곳이다.
피정자가 들어오고, 안내를 하고, 편지를 교정할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쉬고, 다시 피정자 안내를 하고, 그래도 아쉬워 편지 작업을 하려 시도했다가 그만두었다. 화살기도를 하면서 저녁기도를 간신히 바치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때가 되어서 조금 먹었다. 서늘한 저녁 바람이 좋다. 몇일 사이에 급격히 떨어져버린 체력때문에 일상이 흔들린다. 여기까지였던가. 최소한 7월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마르티니 추기경이 말씀하셨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돌아가신 분들이 더 친근하게 여겨지는 것은 죽음이 가까이 와 있는 것이라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시간, 그 시간을 준비해야한다고들 말하면서 이것저것 제안하지만,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 말들이다. 매일 하고 있었던 일을 그대로 해 나가면서, 욕심을 덜 내고, 언제든지 포기하려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이 최선의 것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