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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되는 것을 보면서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4. 11. 21:13
오랫만에 광주 수도원 주변을 산책했다. 많이 변했고 변하고 있었다. 우선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수도원 앞길에 차량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종점에서 10분 정도 걸어야만 했다. 아스팔트 포장이 안된 먼지나는 길이었다. 그후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실내 골프장이 세워지고 야외 영화관 시설이 설치되었고 주유소가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시내에서 멀지 않고 가까운 곳에 아파트가 많이 있어 화원과 화훼단지 비슷한 것이 자리잡고 식당이 영업을 개시했다. 도시 외곽순환도로가 앞으로 뚫리면서 차량이 많아졌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동차가 밀려오고 밀려가면서 내는 소리에 시끄러웠다. 수도원 앞에 얕으막한 언덕이 있어 소음을 막아주는데도 그러하다. 이렇게 도시가 변화될 때에도 얕은 고개를 넘어 몇 백미터만 가면 시골이어서 사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복숭아와 배꽃 피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오이와 수박과 포도와 호박이 익어가는 것을 보았다. 겨울에는 전형적인 농촌의 들녘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산책하면서 이런 모습이 거의 다 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그만한 공장 건물들이 많이 보였고, 거의 모든 골목이 아스팔트로 말끔하게 포장되었다. 마을 어귀에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쉬고 있는 대형 트럭이 가득했다. 회색과 검정색의 비닐하우스로 가득한 들판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파트의 불빛 뿐이었다. 뿌연 하늘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을 성장하고 발전해 간다라고 말하는가? 수도원 앞길에서 밀려오고 밀려가는 거대한 차량 물결을 그냥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주변 마을과 풍경이 변화되어 가는 것에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다.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은 아마도, 산속에서 자연의 소리와 더불어 잠이깨고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