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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3. 5. 23:22
"신부님, 닭이 먼저 예요? 달걀이 먼저 예요?"(허얼...) 엄마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한 질문이다. "그걸 왜 묻는데?" "어느 것이 먼저 인지 알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기로 했거든요." (별난 아이들도 다 있네. 컴퓨터 게임에 그와 비슷한 문제가 나오나?) "글쎄 다..." "하느님을 믿는 신부님이 그것도 모르세요?" "글쎄... 그것에 대해 하느님께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암튼, 친구들에게 뭐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덫에 걸렸는데 어떻게 빠져 나가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어느 것이 먼저인지 우선 순위를 말한다는 것은 시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외적인 변화를 통해서 알 수 있고, 시간안에 있는 사물의 특징은 변한다는 것이다. 시간안에서 발전해 나가든다, 쇠퇴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계속 발전하여 소멸해 간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을 달걀과 닭에 적용해 보면... 달걀은 시간이 흐름과 함께 자라 닭이 된다. 달걀 자체에서 닭으로 변화되어 나간다는 말이며, 달걀의 목적이 닭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달걀이 먼저 있었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닭으로 되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원인과 목적이라고 하며, 당연히 원인이 앞선 시간에 있다. 그러면 닭이 달걀을 낳잖아요라는 의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닭은 닭이 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이룬 것이다. 닭의 목적은 달걀을 낳는 것이지 달걀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닭 자체가 자기가 태어난 달걀로 된 것이 아니라, 자기와 다른 달걀을 낳았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알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간과 더불어 생겨났고, 시간안에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느냐하는 데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번 째는 세상을 창조와 종말이라는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보는 관점이다. 두번 째는 세상을 영원히 순환하는 것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전자의 관점에서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따져 볼 수 있고, 나는 달걀이 먼저라고 말했다. 후자의 관점에서는 달걀과 닭이 물고 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데, 나 또한 어느 것이 먼저인지 말할 수 없네.
중학생이 알아 들을 수 있게 천천히 쉽게 말한다고 했지만, 얼마나 알아듣고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암튼, 갑자기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시간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건성으로 듣고 질문했던 문제에 대해 깊게 따져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아이에게 현문우답이 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