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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1. 10. 22:07
항상 조금 늦습니다. 신앙에 입문한 것도 조금 늦었습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도 조금 늦었습니다. 알아야할 것을 아는데도,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조금 늦었습니다. 막차를 놓친 것도 조금 늦게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위로의 말이 있긴 합니다만, "아하,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말을 하는 것도 조금 늦었습니다. 무엇을 하느라 갖고 있는 힘과 시간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허비하고 낭비한 결과가 지금 자그만한 기쁨으로 주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다독거립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하느님 사랑에대해 무뎠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토록 오래되고 이토록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고백록> 제10권 27장 38절) 1년 후, 혹은 몇 년 후에도 '너무 늦었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이것 또한 사람의 욕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깨우쳐야 할 것이 무한정하기 때문입니다.